미·일 수면 연구가들 월요병 원인 체내시계 규명…
"월요일 아침엔 강한 햇빛 쬐라"
출처: www.chosun.com (헬스 조선)
잠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아시아수면연구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만,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인 44%는 아침에 깬 뒤에도 졸리는가 하면, 60%는 점심 때면 졸리는 것이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수면재단(NSF)은 미국인의 경우 수면 부족으로 매년 10만건의 교통사고가 생긴다고 추정하고 있다.
바쁜 업무에 쫓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은 그야말로 ‘잠과의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월요일 아침에는 그 피곤함이 더하여 월요병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밤늦게 잠든 것도 아닌데 왜 월요일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든 걸까?’라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게다. 여기에는 체내시계가 관련되어 있다.
보통 일요일 밤에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에 대비해 대개가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도 월요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기가 좀처럼 힘들다. “그런 사람은 분명 일요일 아침에 여느 때보다 늦게까지 잠을 잤을 겁니다.” 체내시계와 수면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대학 발생의학연구센터 구메 가즈히코 교수의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체리듬을 갖는다. 하루종일 활동을 하고 밤이 되면 잠을 자는 리듬을 따르는데 이처럼 일정한 리듬을 살려내는 것이 체내시계다. 잠은 체내시계와 수면물질 두 가지에 의해 제어된다.
체내시계, 낮과 밤 자연스럽게 구분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경우 체내시계는 뇌의 깊은 시상하부에 위치하는 시교차상핵(視交叉上核)이라는 곳에 있고, 시신경으로부터 들어온 빛의 정보에 기초해서 약 24시간의 생체리듬을 꾸준히 만들어 낸다. 몸 밖의 시각과는 독립되어 움직인다. 이 체내시계 탓에 낮과 밤의 구분이 몸 안에서 자연스레 일어난다.
시교차상핵의 내부는 약 1만개의 신경세포로 가득하다. 이 1만개의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대략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전기신호를 발신한다. 즉 1만개의 세포가 모여 우리 몸 전체 세포의 시간을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체내시계가 만드는 리듬은 실제 24시간보다 조금 길다. 이전에는 25시간으로 되어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24시간10분을 하루로 삼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체내시계를 조절하는 인자는 기온이나 운동 등 몇 개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쬐는 아침햇살이다. 아침에 눈을 떠 눈이 햇빛을 인식하면 체내시계는 이것을 아침 시보(時報)로 받아들인다. 이때부터 12시간 정도 몸이 활동모드를 유지하고 혈압이나 체내 온도가 올라간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이 멜라토닌과 같은 수면물질이다. 수면물질은 우리가 오랫동안 깨어 있어 있을 경우 뇌 속에서 만들어져 축적된 것으로 이 물질이 축적되면 ‘피곤하다, 자고 싶다’ 등의 느낌을 들게 한다. 이러한 수면물질은 잠을 자는 동안에 감소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점점 없어진다. 수면물질은 모두 해명된 것은 아니지만 DSIP(델타수면유발 펩프치드) 등 많은 것이 발견됐다.
일본 도쿄대 의과학연구소와 미국 버지니아대 공동연구팀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신체의 24시간 리듬을 조절하는 뇌의 체내시계 이외에 위, 간 등 소화기관도 독자적인 시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식사시간을 바꾸면 소화기관의 시계가 신체 전체의 24시간 리듬을 식사시간 위주로 바꿔놓고 뇌의 체내시계도 이에 따라 시각을 조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철야 작업, 여행 등으로 빛에 반응하는 체내시계가 갑자기 바뀌면 소화기의 시계가 한동안 따로 움직이므로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경우 체내시계는 뇌의 깊은 시상하부에 위치하는 시교차상핵이라는 곳에 있고, 시신경으로부터 들어온 빛의 정보에 기초해서 약 24시간의 생체리듬을 꾸준히 만들어 낸다.
하루 수면은 5~9시간이 적당해
평일의 피로를 풀기 위하여 일요일 아침에는 보통 늦게까지 잠을 잔다. 그러나 체내시계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 월요일 아침을 힘들게 한다. 특히 휴일의 낮잠은 더욱 그러하다. 일본의 우치야마 마코토는 의학계의 최근 연구결과를 토대로 ‘긴 낮잠은 오히려 멍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특히 오후 3시가 지나서 낮잠을 자면 야간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낮잠을 자는 시간은 20~30분이 가장 좋다고 한다.
체내시계는 실제의 시간보다 24시간10분으로 약간 느리게 진행된다. 체내시계가 느린 것을 되돌리려면 오전 중에 강한 햇빛을 쬐어야 하는데 일요일 아침에 늦게까지 잠을 자게 되면 체내시계는 더 느려진다. “월요일뿐 아니라 휴일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전날 밤에 빨리 자는 것보다도 전날 아침에 빨리 일어나 체내시계를 재조정해 둬야 한다”고 구메 교수는 말한다.
구메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오전에 햇빛을 쬠으로써 체내시계의 바늘을 빨리 가게 할 수 있다. 그 수정 능력은 강한 햇빛일수록 효과가 크다. 반대로 오후 특히 저녁 때부터 밤까지 쬔 빛은 체내시계의 바늘을 느리게 가게 한다. 그러나 햇빛의 수정 효과는 오전에 체내시계를 빨리 진행시키는 작용보다 오후에 지연시키는 작용 쪽이 더 강하다.
따라서 오전과 오후에 같은 양의 햇빛을 쬐었다고 하더라도 체내시계의 바늘은 느려진다. 또한 오전 중에 자고 오후에 일어나면 오후에 빛을 쬠으로써 체내시계의 바늘은 더욱 느려진다. 이것을 되풀이함으로써 체내시계는 심하게 느려져 이른바 ‘밤형’ 생활 사이클이 생긴다. 반대로 밤형을 아침형으로 바꾸고 싶다면 오전 중에 강한 빛을 계속 쬐면 된다.
우리 체내시계는 눈을 뜨고 아침 햇살을 인식한 시간부터 14~16시간 뒤에 잠이 오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잠을 잘 잘 수 있다. 수면시간과 사망률 관계를 조사한 미국의 조사기관에 의하면 50, 60, 70대 모두 수면시간 7시간 전후가 사망률이 낮고, 수면시간이 짧거나 긴 사람은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수면시간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개인차가 있으나 목표를 정한다면 약 5~9시간 정도가 좋다고 볼 수 있다.
월요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한 주를 시작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눈을 뜨자마자 몸에 아침 신호를 보내 체내시계를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커튼을 젖히고 방안 가득 들어오는 밝은 햇빛을 쬐어 몸에 ‘아침의 신호’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보낸다. 햇볕에 반응한 체내시계가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졸리고 피곤한 상태라도 강한 햇빛을 쬐고 나면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는다. 쾌청한 날 옥외 빛의 강도는 1만룩스로 보통 실내 조명보다 10배에서 20배 이상 강하다.
체내시계는 우리의 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 만큼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여 가능한 여러 자극으로 체내시계를 고쳐가며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