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2004년 건립… 규격미달로 철거신세
"탁상행정" 비난 봇물
10억원 짜리 안동인라인롤러경기장이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결국 4년여만에 철거에 들어가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건립 초기부터 규격미달에다 관리부실로 공식 경기는 물론 연습장으로도 쓰지 못한 채 방치하다 매각됐기 때문이다.
경북도교육청은 2004년 9억4,300만원을 들여 안동시 옥동 한국생명과학고 내 2만7,000㎡ 부지에 건설한 안동인라인롤러(인라인스케이트) 경기장을 산림청에 매각했다.
산림청은 경기장 건설비의 절반도 안되는 4억5,000만원에 부지를 매입해 남부지방산림청 사옥을 짓기로 하고 최근 구조물 철거에 들어갔다.
학부모 홍모(51)씨는 "거액을 들여 만든 경기장이 불량경기장으로 전락해 공식경기 한 번 못 치르고 철거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라며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무사안일 행정 때문으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도교육청이 안동지역 경기단체와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경기장을 짓기는 했지만 관중석은 물론 화장실과 탈의실조차 없어 국제 공인을 받지 못하면서부터. 당연히 공식 경기를 치를 수 없었고 안동생명과학고와 안동시청 실업팀의 단순한 연습장으로만 활용해 왔다.
더구나 경기장 준공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륙별로 제각각인 경기장 규격 통일을 요구, 안동도 경기장 개ㆍ보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국제공인을 받기 위해 개보수비용이 20억원에 이르자 또다시 흐지부지됐다.
도교육청과 안동시가 서로 비용문제를 떠넘겼기 때문이다.
규격 변경으로 결국 연습장으로도 활용할 수 없게 됐지만 개보수 대신 방치를 택했고, 결국 경기장은 트랙에 균열이 생기고 잡풀이 자라는 등 흉물로 전락했다.
학교 안에 경기장이 있는 한국생명과학고 선수들은 물론 안동시청 실업팀 선수들도 승용차로 왕복 2시간이 더 걸리는 영주시로 원정훈련을 다녀야 했다.
경북롤러연맹 이상연(45)전무는 "학교와 국가대표급 실업선수단까지 있지만 연습장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원정훈련을 떠나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으로 국제규격 개보수가 불가능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도 어려워 아예 매각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권정식 기자 kwonj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