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스케이팅과 느림의 철학(Slob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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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게으른 상태인 반면,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그것은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가 멋진 풍경을 발견한 뒤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걷는 것, 또는 풍요롭게 살기 위해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피에르 쌍소,『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동문선, 2001)
대중적인 스포츠로서 인라인스케이팅의 가장 큰 재미는 도로를 따라가면서 자유롭게 즐기는 것입니다. 흔히 로드스케이팅(road skating)이라고 하는데, 한강 자전거 도로나 공원, 휴양지의 자전거 산책로, 지방국도 등 따라 유유히 스케이팅(관광로드)을 하는 것입니다.
로드 스케이팅의 가치는 트랙과 같은 한정된 환경을 벗어나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면서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을 인라인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와 같은 빠른 동력수단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길路'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은 '느림의 철학'에서 핵심적인 요소이고, 따라서 그들에게 인라인스케이팅은 걷기와 자동차의 중간적인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손쉽고 매력적인 수단이 될 것입니다.
느리게 사는 것. 초고속의 인터넷과 음속의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현대사회에서 볼 때 도태된 인간이 새로운 변명거리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봅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실천적인 철학으로써 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98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시간늦추기 대회'에서 유래한 '슬로비slobbie' 족은 느리지만 만족도 높은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볼 때 결코 진부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국내 웰빙(well-being, 참살이)바람과 함께 등장한 슬로우 푸드(slow food)운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느림에 대한 가치와 본능에 회귀하고 있으며,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생활에서 놓쳐버린 소중한 가치에 대해 눈을 뜨고 실천하려는 몸짓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다만 익숙한 것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중간적인 수준을 선택하고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데, 자전거가 대표적인 수단으로 선택되었고 이제 인라인스케이팅은 그 대열에 오르고자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그 몸부림에 우리가 참여하여 위대한 발걸음을 이어가면 어떨지요? 봄의 기운과 함께 시작된 각종 인라인마라톤대회나 로드이벤트나 주말 가족나들이에서 경쟁에서 벗어나 로드 스케이팅을 시도하는 여유를 가져보고 슬로비족의 참살이(Well_Being)철학을 음미해봅시다.
You feel good, also we feel good!
문지욱
인라인쿠키 | ICPKOREA 대표
*슬로비Slobbie란 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 의미로 9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신세대를 통칭.